미주 청콘 워싱턴편 1부-법륜스님의 청년 멘토링

4월 5일, 한국에서는 나무를 심는 날, 미국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대학에서는 법륜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한 미국 청춘 콘서트에서 교민과 유학생 등 870여명이 모여 활짝 웃는 얼굴로 마음에 희망을 심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돕기 위해 자원한 55명의 서포터즈들이 밝은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 안팎에서 청중들을 안내하고 사전 준비를 하는 모습에 행사장 분위기가 더욱 활기를 띠었습니다.

1부 – 법륜스님의 청년 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


기도는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꾸는 것

질문: 열 여섯살 중학생 때 동생과 함께 유학을 나왔습니다. 두 살 아래의 동생을 돌보며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을 최대한 아껴쓰려 노력하며 살다가 동생은 1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고, 저는 실패한 유학생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하며 공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릴때에 부모님에게서 정신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남아, 부모님을 볼 때마다 16살로 돌아가 어린애가 되곤 합니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이제 부모님은 점점 건강도 안좋아지시는데, 부모님에게서 받지 못한 보살핌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스님: 외국에 나와 살면 자기가 한국에 있던 때의 사고방식에 머무르게 됩니다. 중국 조선족들이 우리 전통의 삶의 습관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미국 교민사회도 마찬가지라서 옛날 자기가 한국을 떠나던 때의 생각에 정체되는 경향이 있어요. 질문자가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변화해갔을텐데, 외국에 나오니 16살때의 마음에 정체 되어, 몸은 24살이지만 의식은 16살의 마음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받지 못한 부모의 사랑에 대한 고픈 마음이 계속되어 끊임없이 사랑에 대한 허기가 채워지지 않게 됩니다. 세상에는 16살에 고아가 되어 혼자 생활을 유지해야 했던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에 비해 본인의 처지가 낫지 않나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하면서 살았어요. 질문자가 혼자 동생을 돌보았던 경험은 사실 아주 좋은 경험이에요.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으로 공부할 수 있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사랑을 못받았아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이 문제가 해소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기도 해야 해요. 종교에 관계 없이, 기도라는 것은 자기 암시이기도 하거든요. 기도하는 것은 습관에 의한 부정적인 마음 작용을 긍정적인 마음 작용으로 바꾸는 거에요. 질문자는 그 나이에 8년간이나 미국에 유학을 보내주실 정도의 집이었으면 대한민국 상위 소수에 듭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내가 유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셨다, 감사하다고 계속 기도하면 고픈 마음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잘 하려는 생각을 버리면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다

질문: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인턴쉽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대공포증이 있어서 보통 준비한 것에 1/10 밖에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질문자가 사실 말을 또박또박 오랫동안 너무 잘 해서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슬슬 웃기 시작함)

스님: 무대 공포증은 모든 사람에게 다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김제동씨도 그렇대요. 왜냐, 남들 앞에 서면 자기를 잘 보이고 싶은, 잘할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와요. 잘난체 하려고 안하면 공포증이 사라집니다. 내가 가진 것의 80%만 표현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가 있어요. 박사과정 하는 분들, 논문 쓰기 어렵죠? 모르는데 잘 쓰려고 하니까 그런 거에요. 한장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하면 절대 못씁니다. 그냥 아는대로 주욱 다 쓴 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보면서 고치고 고치고 하면 돼요.

스님이 여러분들에게 무엇이든 질문하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어이구, 스님! 그러다가 스님이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어떡해요, 그럽니다. 손자병법에 갖가지 전술이 다 나오는데, 그중의 마지막 36번째 전술이 뭡니까, 삼십육계 줄행랑이죠. 모든 것을 다 해봤는데 안되면 도망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모르는데 아는체 하려고 하니까 힘들죠. 자기 능력 이상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두려운 겁니다. 자기 아는 만큼만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편해져요. 물론 그래도 무대에 서면 무의식속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니까 또 더듬거리고 그러니까, 연습을 잘 하면 돼요. 한번 나와서 해 볼래요?

(스님이 질문자를 앞으로 불러 자기 소개를 하게 시킴. 잘 해서 박수 받음.)

스님: 이 정도면 잘 하죠? 어떤 일이든지 해 보면 됩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생각만 하면서 걱정만 많이 하거든요. 젊을 때는 무엇이든 그냥 해 봐야 돼요. 일어나야지,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일어나버리세요. 줘야지,하지 말고 그냥 줘버리세요. 연애해야지, 하지 말고 그냥 아무나 잡고 해버려야 연애가 됩니다. 열 번째 사귀는 사람과 진짜 연애한다 생각하면 그 전 아홉 명은 다 연습이니까, 사귀다 1주일만에 헤어져도 괜찮잖아요? 연습이니까. 직장 구할 때도 열번은 연습하자 생각하고, 면접 볼 때 한 번은 큰 소리도 쳐보고, 한 번은 굽신거리기도 해 보고, 다 연습 삼아서 해 본다는 마음으로 자꾸 해 보세요. 이러다 보면 물론 그냥 재수없이 중간에 걸릴 수도 있죠. (웃음). 그럼 그냥 그 직장 다니면 돼요.

운전면허도 한번에 붙으면 연습이 잘 안 돼서 위험해요. 빨리 되는 게 다 좋은 것이 아니에요. 연애도 한 다섯 번쯤 파탄이 나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처음 실패한 것을 상처로 받아들이면 그게 장애가 되지만, 실패를 경험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삼으면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깨달음은 자발적인 의문,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탐구를 통해 터득하는 지혜

질문: 스님께서는 처음 깨달음을 어떻게 얻으셨는지요.

답: 깨달음이란 통찰력이에요. 한 면만이 아니라 전체를 다 보는 것. 전모를 파악하는 지혜죠. 깨달음을 얻으려면 첫째,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그게 뭐지, 왜 이러지, 자발적으로 궁금해 해야 합니다. 자발성이 없으면 모방일 뿐 창조가 되지 않거든요. 둘째, 지속적인 탐구가 필요해요. 왜 그러지, 하다가 멈추면 안됩니다. 집중해서 탐구를 하다보면 전모가 확 보이는 통찰력을,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에요. 부부가 같이 잘 살다가 결혼한 지 20년만에 한 쪽이 바람을 피웠다면, 보통은 이걸 부정적으로 보고 상대를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쏟아버려요.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본다면 궁금하지 않나요? 젊을때 잘 같이 살다가 나이 사,오십이 다 되어 딴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면 도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하나의 탐구 대상이 되지 않나요? 바람핀 배우자를 인터뷰하면서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탐구해 보고, 그의 연애 상대도 인터뷰 해서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를 한 1년간 철저하게 연구해서 결과를 발표하면 논문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을까요? 책으로 쓰면 베스트셀러 안되겠어요?

이런 좋은 연구 기회를 우리는 모두 놓치고 맙니다. 엄마들도 마찬가지에요. 잘 자라던 아이가 사춘기때 갑자기 변해서 사고를 친다면,어떻게 해서 아이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이 임신중이었을 때 엄마 마음이 어땠는지, 자랄 때 부부 사이는 어땠는지 등등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면 마찬가지로 대단한 연구가 됩니다. 이런 걸 다들 스스로 안하고 힘들어 죽겠다면서 찾아오니까 애도 없는 스님이 상담을 하면서 연구를 해 가지고 책을 내서 다 베스트셀러가 되잖아요. (웃음)


존재는 그냥 존재일 뿐

담장은 게으른 사람이 잘 친다는 말 아세요? 옛날에 담장은 흙과 돌로 만드는데, 부지런한 사람이 하면 금방 무너집니다. 천천히 하루에 한 줄씩, 마르면 그 다음날 또 한 줄씩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부지런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지만 밭에 있으면 거름이죠. 돌이 밭에 있으면 치워야 할 걸림돌이지만 공사장에 있으면 건축자재가 되죠. 모든 존재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좋기도 나쁘기도 해요. 선악은 본래 없습니다. 이런 것을 공(空, 비어 있음)이라고 해요.

존재자체는 그냥 존재일 뿐이에요.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 누가 보느냐에 따라 좋은 것이 되기도 하고 나쁜 것이 되기도 하죠. 본래 성스러운 것도 나쁜 것도,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놓인 상황, 인연, 그것을 보는 마음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됩니다. 그걸 색(色,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하죠.

성추행당한 기억에 괴로워하는 여자분은 자기 몸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추행범의 처벌과 범죄 방지를 하더라도 피해자의 피해의식은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몸 자체는 더럽힐래야 더럽힐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성스러운 것도 더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입니다. 특출하다 교만해도 안되고 열등하다고 비굴해서도 안됩니다. 우리의 의식이 우리를 괴롭히는 거지, 존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안되어도 좌절하지 말 것

질문: 19살 축구선수입니다. 여덟 살에 미국에 와서 재미로 축구를 시작했는데, 즐겁고 취향에 맞아서 계속 하다가14살부터는 프로축구를 목표로 뛰었습니다. 미국 프로축구 입단 제의도 받은 적이 있지만 아직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제는 매일 연습하는 것도 지겹습니다. 입단 테스트를 받으면 이번에는 되겠지 하면서도 기회가 오지 않아 지쳐갑니다.

스님: 누구나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괴롭죠. 그러나 원하는 대로 다 될 수는 없어요.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많습니다. 저는 어릴적 꿈이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어요.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릴때 절에 스님이 중 되라고 해서. (웃음) 과학자가 못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 보면 이것이 가장 좋은 길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열 아홉 살이니까 한 두 해 더 최선을 다 해서 해 보세요. 혹시 안되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다른 길에도 얼마든지 다른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내가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는데, 그건 당연한겁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차별이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들에 비해 불리하지만, 이를 오히려 더 노력할 계기로 삼을 수 있듯이, 인종차별을 불만으로 생각하고 주어진 조건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자기 에너지를 미움에 소진하게 됩니다. 그럴 수록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 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데에 힘을 보태면 됩니다.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인생 자산으로 삼으라

어릴때 가난하게 산 것도 상처로 삼으면 장애이지만, 자산으로 삼으면 경험이 됩니다. 스님은 중1때부터 알바하면서 살았어요. 어릴 때부터 저보다 어린 애들을 가르쳐봐서 가르치는데 재주가 있습니다. 지금 초등교육조차 전혀 없는 필리핀 민나다오의 무슬림 반군 지역에 가서 학교를 지어주는데, 아이들 교육은 필요하니까 반군이 치안을 보장해주고 JTS가 학교를 설립해 문맹퇴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서 일 해보면, 대학 나온 필리핀 학생보다 외국에서 온 내가 그 마을 사람들 형편과 그 사람들 마음을 더 잘 알아요. 그들의 삶이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마을의 삶과 비슷해서입니다. 내가 박사를 해서가 아니라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던 경험 덕분에 다 아는 거에요.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오지에서 구호활동 할 때 큰 자산이 되는 거죠.

유학생활 힘들죠? 하지만 유학할 수 있는 조건에 있으니 감사해야 돼요. 유학 오고 싶어도 못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공부할 때는 공부 하는 것을 만끽하세요. 취직하고 싶어 난리지만, 직장 다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또 힘들어 죽겠다고 해요. 자기가 처한 현실에는 항상 괴로워하고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기만 하면 인생 낭비죠.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면 안됩니다. 어떤 분들은 또,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하시는데, 살아있는 삶을 외면하고 죽은 뒤의 삶을 그리워하지 마시고 살아있을 때 순간순간을 만끽하며 잘 사시기 바랍니다.

* 사진제공: 민윤기 법우님

- 2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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