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청콘 워싱턴편 2부-김제동의 토크콘서트

2부 - 김제동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반갑습니다. 잘생겼다는 말이 산발적으로 나오네요. 1부에서 스님 말씀하시는데 저는 무대 뒤에서 떨려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왔습니다. 저는 멘토가 될 자격은 없는데, 나도 죽겠다는 말은 같이 할 수 있어요. 혼자 힘들면 괴로운데 남도 같이 괴롭다고 하면 좀 낫죠?

제 고민은: 과연 언제 사람이 웃을까? 웃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가 잘 안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두려운 것을 두렵다고, 떨리면 떨린다고 말하면 됩니다. 떨린다고 말하면 관객들이 박수쳐줍니다. 자기도 저 상황에서는 그럴 거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니까. 두려운 건,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니까 두려운 거지. 보통 그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은 잘 오지 않습니다.



여러분 왜 웃습니까? 뭘 보고 웃습니까? 반전이 있을 때. 교감이 될 때. 정답이 없습니다. 좋을 때. 어이없을 때! 뉴스를 볼 때 가장 웃기는 것이 바로 그래서 그렇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죠. 나쁜 사람이 정치하면 나쁜 것이죠. 정치는 나쁘다면서 정치쪽에는 근접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끼리만 다 해먹는 것. 그게 나쁘죠.

요즘 정치는 정말 좋은 정치를 하고 있어요. 왜냐, 웃기지 않습니까! 뉴스 볼 땐, 저걸 보면 웃긴다, 재밌다, 라고 하면서 보면 정말 좋습니다. 어떤 정치인이 자기 장롱속에 7억이 있었는데 몰랐다, 하면 웃기죠? 장롱은 옷을 넣는 곳인데 거기에 현금을 넣고도 몰랐다잖습까. 장롱의 용도도 모르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니! 장롱에 7억이나 있다면 그집 금고에는 도대체 얼마나? 억지로 장롱의 용도까지 바꿔가며 그렇게 힘들게 사시는 분을 우리가 이쯤해서 쉬게 해 드리면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고 부처님의 자비죠. 당선 되는 것만이 은총이 아니에요.

100분토론. 진짜 재밌어요. 매주 멀쩡한 인간 네 명이 나와 토론하는데 단 한번도 결론이 난 적이 없어요. 결론은 맨날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뭐든지 재밌게 바라보고 내가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돼요. 정치인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투표!

정치인들, 힘있는 사람들이 웃기는 짓을 할 때에는 더 웃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함부로 못합니다. 유머의 핵심은 혁명과 맞닿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비판적으로 파악하고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김제동은 눈이 작다는 관념 자체를 바꾸는 것! 잘생겼다고 말해 주시는 것은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있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물론 가끔씩 거울을 볼때는…

제가 어린애들 인터뷰를 자주 하는데요, 한 아이에게 고민이 뭐니, 하고 물으니까 바로 훌쩍이기 시작하더니, “엄마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훌쩍… 자꾸 아침에 밥에 국을 말아놔요. ㅠ.ㅠ”아무리 사랑이라도, 그 사람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행한다면 그건 어른의 폭력입니다. 아무리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알고 싶어도 그 사람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으면 폭력입니다. 근데 저는 대 놓고 이야기를 못합니다. 겁이 많아서.

또 한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했더니, “사생활입니다.” 뭘 제일 잘하냐, “영어.” 해볼래? “What’s your name?” 그래서 제가, My name is 김제동, 했더니, 아이가 바로, “Why?”…!!! 저는 큰 화두 하나를 마음에 담고 왔습니다. 거의 고승께서 하시는 물음. 왜 나는 김제동일까. 몇날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동생때문에 고민인 아이가 있었어요. 동생이 세살이래요. 이 아이 말이, “동생이 똥을 싸면 엄마가 자꾸 저보고 치우라고 해요.” 저는 또 어른이라고, 가르쳐야 된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진이는 세살 때 똥 쌌어요, 안쌌어요? “쌌어요.” 그걸 누가 치웠어요? “엄마가.” (아이가 갑자기 감동 받은 듯한 표정) 동생은 똥을 치울 능력이 돼요 안돼요? “안돼요.” 그럼 앞으로 어떡할거에요? “앞으로 엄마똥을 치우겠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독창적이에요. 틀에 갇혀 있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속담 문제를 내에 보면요, 예를 들어 “사촌이 땅을 사면 ㅇ ㅇ ㅇ” 여기에 들어갈 말. 사촌이 땅을 사면… 가 본다. 와~! 아주 주체적인 아이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일단 가본다는 겁니다. 가 본 다음에 배 아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거죠. 일단 후보의 정책을 잘 살펴 본 후에 찍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거죠.

얼음이 녹으면 ()이/가 된다. 이 문제를 본 한 아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얼음이 녹으면… 봄이다.”다른 아이는,문제 자체를 바꾸고 ‘/가 된다’를 빨간색으로 쫙 긋고서, ‘북극곰이 울어요.’라고 썼습니다. 아예 문제 자체를 바꾸는 것! 좌파냐 우파냐 물으면 내가 어느쪽인지 고민됩니다. 이럴 땐 문제 자체를 바꿔버리는 겁니다. 그냥, 나는 기분파다. 하도 김제동씨 결혼 언제하냐고 질문을 받아서, 이젠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전 7시반 쯤 할 생각입니다. 양가 부모님들 깨시기 전에. 어차피 반대하실테니까.

웃으면서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이 혁명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의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건 그들의 생각이니까.




동화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 등산하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길가의 버섯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이건 독버섯이야, 라고 말하고 갔습니다. 그 말을 들은 버섯이 나는 독버섯인가, 하며 가슴아파 하니까, 아버지 버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사람의 논리야. 자기들 식탁의 논리지. 먹으면 지들이 죽지, 우린 괜찮아! 남들이 만들어 놓은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진짜 자유입니다.

저보고 좌파 연예인이래서…집에서 온갖 성찰과 사찰을 다 해봤습니다. 왜 그럴까…내가 무대에서 항상 왼쪽만 쳐다봤나…

등록금 비싸다, 하면 좌파다 그러고. 부자 가난한 아이들 가리지 말고 애들 밥좀 먹이자, 하면 빨갱이라 그러고. 북한 어린이들에게 분유 좀 보내자고 하면, 종북 좌파라고 합니다. 제가 북한에 가겠습니까? 절대로 안갑니다. 울 엄마가 여기 있는데 제가 어떻게 갑니까? 여러분은 제가 북한 가라고 하면 가겠습니까? 언론은 이걸 또 편집해서, “김제동, 청중들에게 북한행 권유”이렇게 제목 뽑고, 여러분들 박수 치는 거 사진 찍어서, “관객, 박수로 화답”. 그리고 “승려 법륜 참여” 이렇게 써 놓죠. 자기들 이념에 안맞으면 종북좌파래요. 그 옛날 걸 아직도 써먹으니까, 유치하죠.

우리가 주인이 되는 세상.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세상. 욕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해야 합니다. 투표율이 70%가 되면 70%의 국민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투표율이 50%도 안되면 공천을 주는 사람들 눈치만 봐요. 국민을 잡아놓은 물고기로 알죠.그러니까 우리가 자꾸 퍼득거려줘야 돼요.

왜 코미디언이 자꾸 정치에 관심을 갖냐 그러시는데, 그쪽이 제일 재밌으니까. 저는 개그맨으로서 자괴감을 느껴요. 나는 왜 저렇게 창조적인 생각을 하지 못할까. 왜 나는 보온병을 폭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까.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정치의 힘이 우리로 부터 나온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줘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4년 임기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러니 비정규직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

우리가 주체적이어야 해요. 서양 동화들은 정말 주체적이지가 않아. 백설공주, 신데렐라, 지들이 스스로 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화 내용 패러디) 하지만 우리나라 동화 주인공들, 정말 주체적이에요.콩쥐. 자기 일 다 해놓고..놀러가잖아요. 물 깨진 독까지, 두꺼비하고 협상을 해서, 니가 독을 막으면 앞으로 물장사는 다 니가 하게 해 주마. 그래서 우리나라 소주병마다 두꺼비가 있는 거에요. 장화홍련전, 배울점이 많아요. 죽어서까지 주체적으로 목민관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해결하라고 협박했어요. 이걸 두 글자로, 투/표. 정치인은 우리의 대리인입니다. 그것을 잊지 않게 하는 방법은 투표입니다. 우리 그렇게 주체적으로, 인생을 재밌고 즐겁게 삽시다.

김제동씨가 이야기하는 내내 관객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객석이 완전 초토화된 적도 정말 여러번이었죠. 이렇게 미친듯이 웃기는 정말 오랫만에 처음이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법륜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나와 서로 친하게 지내는 이야기들 – 스님이 제동씨에게 힘들면 문경에 내려와 잠깐 걷자 하시길래 내려갔더니 그날 밤 24km를 걷고 그 다음날 또 산에 올라가야 했다는 등^^ – 듣고, 청중으로부터 다시 즉석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훌쩍 밤 10시를 향해 흘러버렸지요. 청중들은 너무 웃어서 단련되어버린 뱃근육을 어루만지며 환히 열린 마음으로 돌아가고, 그 동안 수고가 많았던 서포터즈들은 스님과 제동씨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뒷풀이 시간도 가졌습니다.

자, 다음 행사는 4월 6일 워싱턴 D.C.내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열리는 법륜스님과 김제동씨의 “한국 정치에서 비중이 커져가는 개인의 목소리들: 새정치는 트윗 한 걸음부터”로 이어집니다.

* 사진제공: 워싱턴 정토회 민윤기 법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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